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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빛_신심생활

[죠셉 라칭거_이 땅의 소금] 그리스도교의 기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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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시 읽고 있는 책은 전임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추기경 시절에 한 저널리스트(페터 제발트)와 함께 나눈 대담을 엮은 책인 '이 땅의 소금'이다. 베네딕토 16세께서는 신앙교리성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에 저널리스트와의 대담을 자주하신 것으로 안다. 현대 유럽 문화 안에서 무늬만 가톨릭 신앙인이 많아진 현실 속에서 신앙에 대하여 고민하는 저널리스트나 신앙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꾀하는 철학자와의 대담이 책으로 몇 권 나와 읽었기 때문인데, 90년대에는 비토리오 메소리와의 대담을 엮은 '그래도 로마가 중요하다', 구조주의 철학자 하버마스와의 대담집 그리고 이 책 '이 땅의 소금'까지 이런 류의 책은 내가 본 것만도 세 권이나 된다. 

 

요한 바오로 2세 재임 시기 내내 신앙교리성 장관으로서 지내시면서 누구보다 현대 사회와 교회 그리고 그리스도교 신앙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을 하셨을 분이시기에, 세상을 향한 나팔수들과의 대담을 피하지 않고 답하셔야 할 의무도 있으실거라 미루어 짐작는다.

그런데 막상 베네딕토 16세께서 그들과 행했던 대담의 내용들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떤 의무감에 의해 행해진 것 같다는 인상 보다는(때때로 어떤 부분에서는 그런 '의무감'의 '무게'에 피로함이 고스란히 전해지기도 한다) 아주 여유로우면서도 부드럽게 그리고 확신에 찬 어조로 말씀하신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일까? 나는 우리 시대의 마지막 신학자는 어쩌면 전임교황 베네딕토 16세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유효하다. (먹고 사는 문제에 바빠서 요즘 나온 신학 서적들을 읽지 않고 산지도 벌써 6-7년이나 됐으니...요사이에 또 다른 유명한 신학자가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거나...이 책, '이 땅의 소금'의 대담자(페터 제랄드)의 서문에는 이런 말이 있다. 

 

"나는 오래 전에 교회에서 나온 냉담 상태였다...이제는 이전에 확실했던 것들이 죄다 미심쩍어지고, 교회의 전통도 죄다 수천 년이나 된 듯 낡아 보일  뿐 아니라 김빠진 느낌을 주었다. 어떤 사람들은 종교가 인간의 욕구에 맞춰 주어야 한다고들 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리스도교가 아직 살아 남긴 했지만 현시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존재의 타당성이 없어져 버렸다고들 했다... 우리에게는 교회가 필요한가? 어떤 교회여야 하는가? 그리고 그런 교회를 어떻게 다시 찾을 수 있을까?"

- 이 땅의 소금, 대담자 '피터 제팔트'의 서문 중에서...

 

 

이 책은 이와 같은 한 그리스도인의 고민 속에서 출발한 지극히 상식적이고도 이성적인 질문과 함께 지극히 개인적인 전임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성소여정, 신학자로서의 개인사도 실려있다.(전반부에 꽤 많은 부분이 이와 관련된 내용이다) 그리고 중반에 접어들면서는, 우리 모두가 언론에서 몇번은 접해보았을 법한 다양한 신학적 문제들에 대한 신앙 교리성 장관의 고민과 답변이 실려있다. 

 

- 관심있는 분들은 '이 땅의 소금' 요셉 라칭거 검색해보시면, 책의 목차나 개괄에 대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을 것이다.

- 읽어봄직한 책이다 싶어 써 봤음!

 

 

거의 10여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손에 잡고 읽어가는 요즘.

'그렇잖아도 좋지 않던 머리였는데, 내 머리도 이제 많이 굳었구나.'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한때는 꽤 중요하게 생각했던 철학적 개념과 신학 용어들이 이제는 가물가물하여 관련 용어를 찾는데에도 꽤 애를 먹고있는 나를 마주하곤 한다.(그렇다고 이 책이 전문적인 신학용어들과 철학적 개념을 알고 있어야만 읽을 수 있는 책이란 말은 아니다) 

 

 

아무튼...이제 거의 1부 부분을 다 읽어가고 있는데 ... 책을 다시 잡고 읽을 때 첫 페이지를 넘기며 본 내용을 옮겨본다. 

 

"그리스도교의 기본 요소는 기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절망의 배후에 생길 수 있는 값싼 즐거움 따위의

기쁨이 아닙니다.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기쁨은 본원적인 기쁨입니다.

이것은 고통스러운 삶과 함께 하며

이러한 삶 조차도 살만한 것으로 만들어 주는 그런 기쁨입니다."

- 전임교황 베네딕토 16세, [이 땅의 소금] 중에서
 

 

흐린 날씨 탓인가? 이런저런 성찰거리가 떠올라 아침부터 괜히 마음이 무거워진다.ㅎ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자비로우신 주님께서 나에게 허락하신 모든 것들.

그 모든 것들 안에서 조금이라도 더 하느님을 느낄 수 있는 하루가 될 수 있기를 ...

 

베네딕토 16세, 종말론. 우연히 검색하다가 한국어판이 출판된걸 알고 사뒀는데...올해 안에 읽기는 힘들지 싶다. 

 

죽을 힘을 다하면 못할 일이 없다고 했는데...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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